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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아니디아의 짧고 고독한 생애, 배수아

일상/책과 영화

by 꺄르르 2019. 2. 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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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대표중단편선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중 단편 여점원 아니디아의 짧고 고독한 생애




 어렵고 고독한 인생을 겪고 난 뒤,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살아간다는 것은 어차피 견디고 또 견디는 것. 모든 고통과 경험은 보편성과 일반성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정서는 한줄기 강물처럼 도도하게 삶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따라 흐른다. 아무도 반역하지 못하고, 아무도 반란의 음모를 꿈꾸지 못하고 아무도 저항하지 못한다. 내 마음의 치열한 혁명도, 고통스러운 자아도 강물의 거센 흐름에 사라지고 아무도 개별의 생을 살 수는 없는 것. 그리하여 이 세상이 끝나는 날, 너는 내 꿈속의 낯선 사람의 뒷모습이었을 뿐이라고. 스물네 시간 안에 이루어진 비정서적이고 의사소통이 부재한 섹스에서 멀리 보이는 배경일 뿐이었다고. 내가 너의 생에서 무엇이 될 수 있나? 단지 너의 집 벽 속으로 걸어들어가 짧고 고독하게 여점원 아니디아의 생애를 걸어가는 것. 절멸. 



 다 읽고나서 검색을 통해서 아니디아의 뜻을 알게 됐다. 스페인어이며 '(집의) 벽을 하얗게 칠해 깨끗하게 하다'라고.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을 정한 뒤에 이야기를 쓴다는 배수아 작가의 최근 인터뷰 답변. 

 '비정상적으로 내성적'이고, '자기보다 우울하거나 약한 사람들의 편에 설 용기도 없'고, '장애인인 아미에게 강하고 넉넉한 남편이 되어주지도 못'했던 '혁명'이라는 남자는 집을 나와 외국으로 떠난다. 혁명을 사랑함에도 몽유상태일 때만 그를 찾아 연락하던 아니디아는 혁명이 떠난 집에서 낯선 자 품에 안겨 피를 흘리며 유산한다. 그리고 사라졌을지도, 혁명에 의해 죽었을지도 모르는 아미. 

 '아미'라는 이름이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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